작은 입술이 오래 머뭇거리던 날
아이는 바닥에 앉아 납작한 나무 조각을 줄지어 놓고 있었다. 둥근 것과 네모난 것을 번갈아 세우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바닥으로 한꺼번에 밀어 버렸다. 나는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그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말을 가르치려 들지는 않았다. 그 무렵의 아이는 뜻을 가진 소리를 제법 냈고 익숙한 낱말 몇 개도 말했지만, 둘 이상의 말을 이어 붙인 적은 없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싫으면 고개를 세차게 저었으니 서로 알아듣는 데 별다른 어려움도 없었다.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바닥에는 아까 밀려난 조각들이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었다. 아이는 그중 노란 조각 하나를 집어 들더니 내 쪽을 보며 짧은 소리를 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지만 모르는 얼굴을 하고 기다렸다. 평소라면 내가 먼저 짐작해서 건네거나 치워 주었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아이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조금 더 보고 싶었다. 아이는 손에 든 조각을 흔들고 다시 바닥을 가리킨 뒤, 입술을 몇 번 달싹였다. 한참이 흘렀다. 나는 숨을 죽였다.
아이는 입안에 걸린 것을 꺼내듯 아주 천천히 말했다. “이거 여기 놔.” 낱말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었고 마지막 소리는 거의 속삭임처럼 내려앉았다. 문법이 맞는지 발음이 또렷한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나의 마음이 세 개의 말에 실려 내 앞까지 건너왔다는 사실만 분명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아이가 가리킨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파란 조각과 빨간 조각 사이로 노란 조각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빈틈이 남아 있었다. 아이는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노란 조각을 받아 그 빈자리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아이는 잠깐 고개를 기울여 줄을 살피더니 만족한 듯 손끝으로 조각들을 하나씩 눌렀다. 다시 말해 보라고 시키면 방금 들은 문장이 사라질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기쁜 마음이 먼저였는데, 이상하게도 그 기쁨을 크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박수를 치거나 목소리를 높이면 아이가 자기 말보다 내 반응을 먼저 기억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저 “응, 여기 놓을게”라고 답하고 손을 거두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조금 뒤 아이는 같은 문장을 다시 말하지 않았다. 다른 조각을 집어 들고는 익숙한 소리를 냈으며, 마음에 들지 않는 줄을 또 손바닥으로 밀어 버렸다. 방금 전의 일은 아이에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말은 준비를 마친 뒤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놀다가 우연히 발견한 틈으로 불쑥 빠져나오는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그 문장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풀이했지만 소리 내어 따라 하지는 않았다. 입 밖으로 옮기는 순간 내 기억이 아이의 실제 목소리를 덮을 것 같았다. 방 안은 다시 조용했다.
참, 그날 처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아이가 말을 배우는 동안 나는 소리만 기다렸지만, 아이는 오래전부터 문장을 만들 재료를 모으고 있었던 듯하다. 내가 무심히 건넨 말, 물건을 놓는 순서, 손가락이 향한 자리와 기다리는 표정까지 조용히 쌓아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꺼낸 것이었다. “이거”와 “여기”와 “놔”는 전부터 수없이 들었던 말이었는데, 아이의 입에서 이어지자 전혀 다른 모양이 되었다. 짧은 문장 안에는 부탁도 있었고 선택도 있었으며, 내가 알아듣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어 있었다. 세 마디뿐이었다. 그런데 넓었다.
나는 한동안 바닥의 빈자리만 바라보았다. 아이가 처음부터 그 자리를 비워 둔 것인지, 조각을 늘어놓다가 우연히 생긴 틈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아이는 그 빈틈을 보고 원하는 모양을 떠올렸고, 혼자 손을 뻗는 대신 나를 불러 그 마음을 옮겼다. 말이란 결국 혼자 알고 있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조차 그날의 아이에게는 지나치게 큰 설명이었다. 아이는 그저 노란 조각이 거기에 놓이기를 바랐고 나는 알아들었다. 그 단순한 주고받음이 오래 남았다. 아직도 목소리가 선명하다.
저녁이 깊어질 무렵에도 조각들은 그대로 바닥에 놓여 있었다. 치우려다가 노란 조각 앞에서 손이 멈췄다. 그 작은 물건 하나가 무슨 표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여 줄을 흐트러뜨리기가 아까웠다. 하지만 아이는 이미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아까 만든 모양에는 아무 미련도 없어 보였다. 나는 결국 조각을 하나씩 모아 상자에 넣었고 노란 조각도 마지막에 넣었다. 뚜껑을 닫는 순간 낮게 이어지던 세 마디가 다시 떠올랐다. 이거 여기 놔. 그날의 문장은 거기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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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려 들지 않고 보고만 있는 자리, 그게 제일 어렵지요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이 문장이 참 든든합니다
노란 조각 집어 드는 장면에서 멈췄어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고개 젓는 것만으로 충분한 시기, 지나고 보면 짧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