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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일기
손녀가 맹글어 줬다. 시골서 그냥 소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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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글이 나를 얼마나 드러낼까요
공개 글을 모아서 파도풀이 살펴봐요. 이름이나 전화번호가 없어도 흩어진 단서가 합쳐지면 사람이 특정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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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18편
장날 풋고추
아침 오일장에 다녀왔다. 고추 자루가 길가에 죽 놓였는디 볕을 받아 겁나 빨갰다. 해남서 왔다는 아주머니가 풋고추를 한 줌 더 얹어 주었다. 시방 먹기 좋다며 웃었다. 한참만에 장바구니가 묵직해졌다. 그라제, 장날은 구경만 한다 해도 꼭 손에 뭣이 들린다. 돌아오는 길에 봉지 안 풋고추 냄새가 자꾸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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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이 짜서
뚜껑을 여니 된장 냄새가 구수했다. 한 숟갈 떠먹었는디 겁나 짜드라고. 뭣이 많이 들어갔나 싶었다. 시방 다시 끓여도 짠맛은 그대로였다. 물을 한 바가지 붓고 잘 저었다. 너무 부었나 싶어 한참 들여다봤다(참 별일이다). 다시 보글보글 끓이니 간이 좀 맞았다^^ 처음보다 국물이 많아졌는디 먹을 만은 했다. 다음에는 된장을 조금만 풀어야겄다… 불을 끄고도 한 번 더 떠먹었다.
💬 5
말린 무화과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시방은 그쳤는디 바람이 눅눅하다. 찬장에 둔 말린 무화과를 꺼냈다. 겉은 쭈글한데 속은 겁나 달드라고. 씨가 오독오독 씹혀서 두 개만 먹으려다 서너 개 먹었다^^ 예전에 광주 살 때는 이런 거 흔 했는디 여기 와서는 못 봤다. 뭣이 그리 귀한가 싶다(참 별일이다). 남은 것은 접시에 엎어 두었다… 저녁에 보면 또 손이 가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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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저녁
저녁이 괜히 조용하다. 시방 들리는 것은 작은 시계 소리뿐이다. 가만히 앉았는디 뭣이 마음에 걸리는지도 모르겄다. 별일은 없었다. 그 게 더 이상해서 지난 생각만 하나씩 되돌아 오는디…. 생각을 안하면 편할 줄 알았더니 마음은 제 갈 길로 가드라고. 불을 끄기엔 아직 이른 듯해 그대로 두었다. 이런 밤도 있겄다 싶다(참 조용하다). 시계 소리가 아까보다 크게 들린다. ^^
💬 2
이불을 꺼내 놨다
아이고, 아침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된장국을 데웠는디 어제보다 겁나 구수하드라고. 찬밥 한술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했다. 시방 햇볕은 또 따갑다... 마당에 널어 둔 수건이 금세 말랐다. 방학이라고 며칠 있다 간다길래 이불을 꺼내 놨다. 그 게 눅눅한가 싶어 볕에 한참 뒤집었다. 저녁에는 호박이나 얇게 부쳐 먹어야겄다(기름 냄새가 벌써 나는 듯하다)^^
💬 3
장롱 속 보자기
아이고, 장롱 속을 뒤집는디 먼지가 겁나 나왔다. 안 입던 저고리 밑에서 작은 보자기가 나왔다. 뭣이 들었나 풀어 보니 단추 몇 개와 낡은 손수건이었다. 그 게 시방까지 있었는지 모르겄다… 손수건 귀퉁이에 꽃 수가 놓였드라고. 한참 들여다보다가 다시 접었다(언제 넣었는지). 버리지는 못하겠당께 장롱 안쪽에 도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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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가 늘 그러셨는디
비가 아침부터 가늘게 내렸다. 시방 그칠 듯하다가 또 창문을 두드린다. 이런 날은 부침개 한 장이 겁나 생각난다. 반죽이 묽었는지 가장자리가 자꾸 찢어졌다(그래도 바삭했다). 간장은 조금만 찍었다. 비가 잦아들어 장바구니를 챙겨 나갔다. 달마다 나오는 돈이 들어온 날에 맞차서 장을 보는 편이다. 채소 몇 가지와 밀가루만 담으려 했는디 자꾸 손이 더 갔다. 배가 부르면 덜 산다더니 뭣이 꼭 그렇지도 않당께… 돌아와 보니 귤이 눌려 있었다(아까운디). 먼저 무른 것부터 까먹었다^^
💬 5
고구마 찐 날
비가 사흘만에 그치고 햇살이 비쳤다. 시방 빨래가 겁나 잘 마르겄다. 고구마를 쪄 놓으니 김이 구수하게 오르드라고. 껍질째 먹어야 맛난디 손끝은 자꾸 뜨거웠다(참 급하기도 하지). 그 게 또 달아서 반쪽만 먹는다던 것을 다 먹었다… 예순여덟인디 아직 이만하면 다닐 만 하다. 그라제, 잠깐 앉았다 일어나니 빈 접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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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첫 소절은 가물한디 후렴은 금세 떠오르드라고. 시방 들어도 겁나 구성졌다. 뭣이 그리 서러운지 가락이 천천히 늘어졌다. 그 게 끝날까 싶으면 또 한 번 목소리가 올라갔다. 잡음까지 노래 한 자락처럼 들렸다…^^ 끝나고 잠깐 조용한디 귓속에는 후렴이 그대로 남았다.
💬 1
비 오는 날 부침개
아침부텀 비가 오락가락했다. 부침개 생각이 겁나 나는디 밀가루가 조금뿐이었다. 호박을 채 썰어 넣으니 양은 제법 늘었다. 가장자리가 바삭해서 두 장을 금세 먹었다^^ 기름 냄새는 시방도 남았다… 아 맞다, 올해부텀 경로당 회비 장부와 열쇠가 내 손으로 왔다. 날짜 적는 게 자꾸 헷갈려 사흘만에 두 번 고쳤다(참말로). 같이 화투 치던 양반이 딸네 있는 여수로 살림을 옮겨 갔는디 요샌 셋뿐이다. 뭣이 그리 조용한가 했드라고. 남은 반죽은 저녁에 마저 부치겄다.
💬 0
우체국 가는 길
우체국에 부칠 것이 있어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시방 볕은 뜨거운디 그늘 밑은 제법 서늘했다. 길가 감나무에는 열매가 겁나 많이 달렸드라고. 광주 가는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먼저 지나갔다. 우체국 문 앞에서 봉투를 안 가져온 그 게 생각났다… 열흘만에 나선 길인디 정신은 그대로인가 보다. 되돌아 오는 길에는 담 밑 나팔꽃만 한참 들여다봤다. 내일은 봉투부텀 챙겨야겄다^^
💬 5
김치를 담글까 말까
시방 김치를 담글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 배추를 씻을 생각부터 손이 많이 가는디, 김치통이 비어 있으니 또 마음이 쓰였다. 안하면 며칠 뒤 아쉬울 것 같드라고. 양념을 조금만 해도 설거지가 한가득이다. 그렇다고 사다 먹자니 입에 맞을지 모르겄다. 배추 두어 포기만 담그면 된다당께, 마음은 벌써 고춧가루를 찾는다... ^^ 오늘은 일단 소금부터 꺼내 놓았다.
💬 5
리모컨이 또 없어졌다
아이고 리모컨이 또 안 보였다. 시방 둔 자리가 뻔한디 감쪽같았다. 방석을 들고 탁자 밑도 훑었다. 뭣이 발이라도 달렸나 싶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제자리에 앉았는디, 엉덩이 옆에서 딱딱한 게 만져지드라고. 그 게 방석 틈에 반쯤 끼어 있었다. 겁나 허탈해서 혼자 웃었다(참말로…). 찾고 나니 눌러 보지도 않고 한참 쥐고만 있었다^^
💬 1
오일장 다녀온 날
아침 오일장에 두달만에 다녀왔다. 햇볕은 시방도 겁나 뜨거웠다. 풋고추 한 봉지 사고 참깨도 조금 샀는디, 장바구니가 묵직했다. 서쪽리 고개를 천천히 넘었다. 되돌아 오는 길에는 바람이 불드라고. 그라제, 그늘 밑이 제일 낫다^^ 집에 와 보니 대파가 장바구니 밑에서 눌려 있었다. 흙만 툭툭 털어 평상에 늘어놓았다…
💬 4
묵은 사진 한 묶음
아이고, 묵은 상자를 열다 사진 한 묶음을 꺼냈다. 빛이 바랜 사진은 가장자리가 겁나 닳았다. 시방 보니 뭣이 그리 바빴는지 날짜도 안 적혀 있다. 한 장씩 넘기는디 낯익은 풍경이 더러 보였다. 그 게 언제였나 한참 들여다봤다… 기억은 흐린데 사진 속 햇빛만 또렷하드라고. 뒤집어 보니 연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지우려다 그냥 두었다. 다시 되돌아 오는 기억도 있을겄다^^ 사진을 가지런히 묶어 상자 안에 넣었다.
💬 1
감자 세 개
아침에는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시방은 뜨끈한 국물이 더 생각난다. 점심에 감자를 푹 삶았는디 소금 없이도 겁나 포슬포슬하드라고. 두 개만 먹으려다가 세 개를 먹었다(참 맛났다). 아 맞다, 면사무소 앞에서 기다렸는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라 그냥 걸어왔다. 한 대 놓치고 뭣이 아쉬운가 싶었다. 걷다 보니 구름이 되돌아 오는 듯 어두워졌다... 집에 닿으니 감자 한알이 또 눈에 밟힌다^^
💬 2
저수지 둑길을 걸었다
아침밥 치우고 저수지 둑길을 걸었다. 시방 나가면 볕이 덜하겄다 싶었다. 물가 풀은 겁나 무성한디 바람은 제법 서늘했다. 고창 쪽에서 온다는 버스가 멀리 지나갔다. 오리 두 마리가 물 위를 가르드라고. 나도 모르게 한참 서 있었다(물결이 잔잔했다). 석주만에 걸어 보니 둑 아래 논빛도 달라졌다… 돌아 오는 길에는 밤송이 하나가 발치에 툭 떨어졌다^^ 그 게 꼭 가을 문턱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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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자꾸 끊겨서
아이고, 전화 소리가 자꾸 끊겼다. 받기는 받았는디 뭣이란 말인지 반도 못 알아들었다. 시방 잘 들리냐 물으니 그쪽도 내 말이 멀다 하드라고. 끊고 조금 기다렸다. 한참만에 다시 걸었더니 이번에는 목소리가 또렷했다. 그 게 뭐라고 괜히 웃음이 났다(참 별일이다). 아까 못 들은 말을 처음부텀 다시 주고받았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겄다 싶어 전화기를 가만히 붙들었다…^^ 마지막 말까지 잘 들리고서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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