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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기록
18편아침 오일장에 다녀왔다.
고추 자루가 길가에 죽 놓였는디 볕을 받아 겁나 빨갰다.
해남서 왔다는 아주머니가 풋고추를 한 줌 더 얹어 주었다.
시방 먹기 좋다며 웃었다.
한참만에 장바구니가 묵직해졌다.
그라제, 장날은 구경만 한다 해도 꼭 손에 뭣이 들린다.
돌아오는 길에 봉지 안 풋고추 냄새가 자꾸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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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이 짜서
뚜껑을 여니 된장 냄새가 구수했다.
한 숟갈 떠먹었는디 겁나 짜드라고.
뭣이 많이 들어갔나 싶었다.
시방 다시 끓여도 짠맛은 그대로였다.
물을 한 바가지 붓고 잘 저었다.
너무 부었나 싶어 한참 들여다봤다(참 별일이다).
다시 보글보글 끓이니 간이 좀 맞았다^^
처음보다 국물이 많아졌는디 먹을 만은 했다.
다음에는 된장을 조금만 풀어야겄다…
불을 끄고도 한 번 더 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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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무화과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했다.
시방은 그쳤는디 바람이 눅눅하다.
찬장에 둔 말린 무화과를 꺼냈다.
겉은 쭈글한데 속은 겁나 달드라고.
씨가 오독오독 씹혀서 두 개만 먹으려다 서너 개 먹었다^^
예전에 광주 살 때는 이런 거 흔 했는디 여기 와서는 못 봤다.
뭣이 그리 귀한가 싶다(참 별일이다).
남은 것은 접시에 엎어 두었다…
저녁에 보면 또 손이 가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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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저녁
저녁이 괜히 조용하다.
시방 들리는 것은 작은 시계 소리뿐이다.
가만히 앉았는디 뭣이 마음에 걸리는지도 모르겄다.
별일은 없었다.
그 게 더 이상해서 지난 생각만 하나씩 되돌아 오는디….
생각을 안하면 편할 줄 알았더니 마음은 제 갈 길로 가드라고.
불을 끄기엔 아직 이른 듯해 그대로 두었다.
이런 밤도 있겄다 싶다(참 조용하다).
시계 소리가 아까보다 크게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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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꺼내 놨다
아이고, 아침 바람이 제법 서늘했다.
된장국을 데웠는디 어제보다 겁나 구수하드라고.
찬밥 한술 말아 먹으니 속이 든든했다.
시방 햇볕은 또 따갑다...
마당에 널어 둔 수건이 금세 말랐다.
방학이라고 며칠 있다 간다길래 이불을 꺼내 놨다.
그 게 눅눅한가 싶어 볕에 한참 뒤집었다.
저녁에는 호박이나 얇게 부쳐 먹어야겄다(기름 냄새가 벌써 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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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보자기
아이고, 장롱 속을 뒤집는디 먼지가 겁나 나왔다.
안 입던 저고리 밑에서 작은 보자기가 나왔다.
뭣이 들었나 풀어 보니 단추 몇 개와 낡은 손수건이었다.
그 게 시방까지 있었는지 모르겄다…
손수건 귀퉁이에 꽃 수가 놓였드라고.
한참 들여다보다가 다시 접었다(언제 넣었는지).
버리지는 못하겠당께 장롱 안쪽에 도로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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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매가 늘 그러셨는디
비가 아침부터 가늘게 내렸다.
시방 그칠 듯하다가 또 창문을 두드린다.
이런 날은 부침개 한 장이 겁나 생각난다.
반죽이 묽었는지 가장자리가 자꾸 찢어졌다(그래도 바삭했다).
간장은 조금만 찍었다.
비가 잦아들어 장바구니를 챙겨 나갔다.
달마다 나오는 돈이 들어온 날에 맞차서 장을 보는 편이다.
채소 몇 가지와 밀가루만 담으려 했는디 자꾸 손이 더 갔다.
배가 부르면 덜 산다더니 뭣이 꼭 그렇지도 않당께…
돌아와 보니 귤이 눌려 있었다(아까운디).
먼저 무른 것부터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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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찐 날
비가 사흘만에 그치고 햇살이 비쳤다.
시방 빨래가 겁나 잘 마르겄다.
고구마를 쪄 놓으니 김이 구수하게 오르드라고.
껍질째 먹어야 맛난디 손끝은 자꾸 뜨거웠다(참 급하기도 하지).
그 게 또 달아서 반쪽만 먹는다던 것을 다 먹었다…
예순여덟인디 아직 이만하면 다닐 만 하다.
그라제, 잠깐 앉았다 일어나니 빈 접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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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첫 소절은 가물한디 후렴은 금세 떠오르드라고.
시방 들어도 겁나 구성졌다.
뭣이 그리 서러운지 가락이 천천히 늘어졌다.
그 게 끝날까 싶으면 또 한 번 목소리가 올라갔다.
잡음까지 노래 한 자락처럼 들렸다…^^
끝나고 잠깐 조용한디 귓속에는 후렴이 그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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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부침개
아침부텀 비가 오락가락했다.
부침개 생각이 겁나 나는디 밀가루가 조금뿐이었다.
호박을 채 썰어 넣으니 양은 제법 늘었다.
가장자리가 바삭해서 두 장을 금세 먹었다^^
기름 냄새는 시방도 남았다…
아 맞다, 올해부텀 경로당 회비 장부와 열쇠가 내 손으로 왔다.
날짜 적는 게 자꾸 헷갈려 사흘만에 두 번 고쳤다(참말로).
같이 화투 치던 양반이 딸네 있는 여수로 살림을 옮겨 갔는디 요샌 셋뿐이다.
뭣이 그리 조용한가 했드라고.
남은 반죽은 저녁에 마저 부치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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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가는 길
우체국에 부칠 것이 있어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시방 볕은 뜨거운디 그늘 밑은 제법 서늘했다.
길가 감나무에는 열매가 겁나 많이 달렸드라고.
광주 가는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먼저 지나갔다.
우체국 문 앞에서 봉투를 안 가져온 그 게 생각났다…
열흘만에 나선 길인디 정신은 그대로인가 보다.
되돌아 오는 길에는 담 밑 나팔꽃만 한참 들여다봤다.
내일은 봉투부텀 챙겨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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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담글까 말까
시방 김치를 담글까 말까 한참 망설였다.
배추를 씻을 생각부터 손이 많이 가는디, 김치통이 비어 있으니 또 마음이 쓰였다.
안하면 며칠 뒤 아쉬울 것 같드라고.
양념을 조금만 해도 설거지가 한가득이다.
그렇다고 사다 먹자니 입에 맞을지 모르겄다.
배추 두어 포기만 담그면 된다당께, 마음은 벌써 고춧가루를 찾는다... ^^
오늘은 일단 소금부터 꺼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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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이 또 없어졌다
아이고 리모컨이 또 안 보였다.
시방 둔 자리가 뻔한디 감쪽같았다.
방석을 들고 탁자 밑도 훑었다.
뭣이 발이라도 달렸나 싶었다…
한참을 서성이다 제자리에 앉았는디, 엉덩이 옆에서 딱딱한 게 만져지드라고.
그 게 방석 틈에 반쯤 끼어 있었다.
겁나 허탈해서 혼자 웃었다(참말로…).
찾고 나니 눌러 보지도 않고 한참 쥐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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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 다녀온 날
아침 오일장에 두달만에 다녀왔다.
햇볕은 시방도 겁나 뜨거웠다.
풋고추 한 봉지 사고 참깨도 조금 샀는디, 장바구니가 묵직했다.
서쪽리 고개를 천천히 넘었다.
되돌아 오는 길에는 바람이 불드라고.
그라제, 그늘 밑이 제일 낫다^^
집에 와 보니 대파가 장바구니 밑에서 눌려 있었다.
흙만 툭툭 털어 평상에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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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사진 한 묶음
아이고, 묵은 상자를 열다 사진 한 묶음을 꺼냈다.
빛이 바랜 사진은 가장자리가 겁나 닳았다.
시방 보니 뭣이 그리 바빴는지 날짜도 안 적혀 있다.
한 장씩 넘기는디 낯익은 풍경이 더러 보였다.
그 게 언제였나 한참 들여다봤다…
기억은 흐린데 사진 속 햇빛만 또렷하드라고.
뒤집어 보니 연필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지우려다 그냥 두었다.
다시 되돌아 오는 기억도 있을겄다^^
사진을 가지런히 묶어 상자 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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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세 개
아침에는 바람이 제법 선선했다.
시방은 뜨끈한 국물이 더 생각난다.
점심에 감자를 푹 삶았는디 소금 없이도 겁나 포슬포슬하드라고.
두 개만 먹으려다가 세 개를 먹었다(참 맛났다).
아 맞다, 면사무소 앞에서 기다렸는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라 그냥 걸어왔다.
한 대 놓치고 뭣이 아쉬운가 싶었다.
걷다 보니 구름이 되돌아 오는 듯 어두워졌다...
집에 닿으니 감자 한알이 또 눈에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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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둑길을 걸었다
아침밥 치우고 저수지 둑길을 걸었다.
시방 나가면 볕이 덜하겄다 싶었다.
물가 풀은 겁나 무성한디 바람은 제법 서늘했다.
고창 쪽에서 온다는 버스가 멀리 지나갔다.
오리 두 마리가 물 위를 가르드라고.
나도 모르게 한참 서 있었다(물결이 잔잔했다).
석주만에 걸어 보니 둑 아래 논빛도 달라졌다…
돌아 오는 길에는 밤송이 하나가 발치에 툭 떨어졌다^^
그 게 꼭 가을 문턱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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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자꾸 끊겨서
아이고, 전화 소리가 자꾸 끊겼다.
받기는 받았는디 뭣이란 말인지 반도 못 알아들었다.
시방 잘 들리냐 물으니 그쪽도 내 말이 멀다 하드라고.
끊고 조금 기다렸다.
한참만에 다시 걸었더니 이번에는 목소리가 또렷했다.
그 게 뭐라고 괜히 웃음이 났다(참 별일이다).
아까 못 들은 말을 처음부텀 다시 주고받았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겄다 싶어 전화기를 가만히 붙들었다…^^
마지막 말까지 잘 들리고서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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