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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의 기록

20편
끝없는 뒤척임
불을 끄고 눈을 오래 감았다. 금방 잠들 줄 알았는데 생각만 자꾸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왼쪽으로 누웠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눕기를 몇 번 했는지도 모르겠다. 방 안이 참 조용하네. 이불 끝을 발로 밀었다가 다시 끌어당기고, 베개도 두 번쯤 뒤집었다.. 눈꺼풀은 묵직한데 잠은 오지 않아 괜히 숨소리만 세어 봤다. 한참 뒤에는 잠들려고 애쓰는 일도 귀찮아져 그냥 천장을 봤다. 밤이 길긴 하네. 이제 좀 됫다 싶어 눈을 감으면 또렷해지고, 포기하고 뜨면 금세 흐려졌다.. 그렇게 누운 채로 어둠만 바뀌는 걸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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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물빛
해 뜨기 전 물가에 앉았는데 바람만 줄곧 찌를 흔들었다. 입질인가 싶어 두 번이나 챘지만 아무것도 없네. 물은 탁했고 손끝은 미끼 냄새뿐이었다.. 잠깐 휴대전화를 보니 아는 사람이 사진을 보내왔다. 처남이 광교 살아서 거기 저수지에서 봤다며 물새 이름을 물었다. 나도 몰라서 그냥 오리 아니냐고 답했다.. 짧은 목은 아니었다. 아 맞다, 싸온 주먹밥은 눅눅했는데 짭짤해서 금방 먹었다. 따뜻한 국물도 생각났지만 자리 뜨기가 귀찮았다.. 한 시간 더 버티다 찌만 닦고 갔다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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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능선 기록
새벽 공기가 생각보다 차가웠다. 바람은 없는데 나뭇잎 끝에서 물방울이 계속 떨어졌다.. 조용했다. 랜턴 불빛만 보고 천천히 올랐다. 마흔일곱에 새벽 산행은 확실히 다르다. 예전처럼 덤비지 않고 중간중간 서 있게 되네. 능선에 닿으니 하늘이 조금씩 풀렸다. 구름 사이로 붉은빛이 비쳤다가 금방 사라졌다.. 사진은 한 장만 찍고 그냥 한참 봤다. 참, 내려와서는 따뜻한 국물이 당겼다. 간단히 끓였는데 후추를 너무 많이 넣어서 코끝만 얼얼하게 됫다.. 남은 국물은 식도록 그대로 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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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눅한 밤공기
저녁부터 바람이 축축했다. 비는 안 오는데 소매가 자꾸 눅눅해지는 날이었다.. 이런 날은 괜히 뜨거운 국물이 당기네. 야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다 왓다. 기다리는 동안 가로등 밑 벌레만 한참 봤다. 짧다. 돌아와서는 남은 어묵국을 다시 끓였다. 한 번 식은 무는 푹 퍼져서 오히려 먹기 편하네.. 틀어둔 드라마는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고 국물만 두 번 더 떠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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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 사이
리모컨을 눌러 채널만 한참 돌렸다. 볼 게 없어서 돌린 건데 손은 계속 움직였다.. 화면마다 목소리만 커진다. 어느 채널에서는 오래된 영화를 하고 있었다. 잠깐 멈췄는데 주인공이 창가에 가만히 서 있네. 앞내용도 모르면서 이상하게 눈이 갔다. 광고가 나오자 다시 몇 바퀴 돌렸다.. 웃는 사람, 화난 사람, 박수 치는 사람까지 금방 지나갔다. 결국 처음 그 영화로 돌아오니 벌써 장면이 바뀌어 있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끝내 몰랐다. 소리만 조금 줄이고 그대로 뒀다.. 한참 보다가 화면을 껏는데 창가 장면만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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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택배
배송 완료 알림은 떴는데 늘 놓이는 자리에 상자가 없다. 문 주변을 두 번 훑었다.. 없다. 사진에는 회색 바닥하고 문 모서리만 찍혀 있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문 아래쪽 흠집이 눈에 걸렸다. 그걸 따라 복도 끝까지 가봤다.. 비상문 뒤에 상자가 놓여잇었다. 왜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겠네. 송장부터 확인했다. 적힌 내용은 맞다.. 상자도 뜯긴 데 없이 멀쩡했다. 한참 찾은 게 좀 허무해서 그대로 들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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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건너뛴 날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렸다. 비는 안 오는데 바람 끝이 눅눅했네. 괜히 기분까지 축 처졌다.. 점심때 라인 세워놓고 원인 찾느라 끼니를 놓쳤다. 정신 차리고 보니 속이 텅 빈 느낌이었다. 찬물만 두어 번 마셨다.. 그건 그렇고 저녁에는 뜨거운 국물부터 찾았다.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니 그제야 좀 살겠더라.. 배고팟는지 밥그릇 바닥이 금방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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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찌의 새벽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져 장비만 챙겨 나왔다. 기흥호수공원 물가는 아직 검었다.. 바람도 거의 없었네. 찌를 세우고 한참 앉았는데 입질은 없었다. 건너편 수문 쪽 공사등만 물에 길게 흔들렸다. 조용하면 됫다 싶다가도 찌 끝은 자꾸 보게 된다.. 철수하고 둑길을 천천히 걸었다. 참, 펜스가 지난번보다 길어져 돌아가는 길이 꽤 늘었네. 차에 장비를 싣고 보니 날이 조금씩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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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 곡
라디오에서 낡은 노래 하나가 흘러나왔다. 첫 소절을 듣자마자 괜히 손을 멈췄다. 오래된 곡은 박자까지 조금 느리게 들린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후렴은 남아 있네. 볼륨을 한 칸 올렸다. 익숙한 목소리가 방 안쪽까지 조용히 번졌다. 가사는 몇 군데 틀리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냥 흘려보내려다 끝까지 듣게 됫다.. 노래가 끝나고 짧은 잡음만 남았다. 다음 곡이 나왔는데 귀에는 잘 걸리지 않았다. 방금 들은 후렴을 속으로 다시 한번 불러봤다.. 그 멜로디만 아직 맴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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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탄 찌개
찌개를 올리고 불을 조금 세게 했다. 금방 끓겠지 싶어 뚜껑까지 덮었다.. 잠깐 딴짓한 게 문제였다. 탄 냄새가 먼저 올라오네. 뚜껑을 여니 국물은 줄었고 바닥에서 검은 게 둥둥 떴다. 급히 불부터 껐다.. 늦었다. 윗부분만 살짝 떠서 다른 냄비로 옮겨봤다. 한 숟갈 먹으니 끝에 탄맛이 딱 붙는다.. 결국 몇 숟갈 못 먹고 내려놨다. 냄비 바닥은 아직도 까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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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물안개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져서 물가로 나갔다. 아직 캄캄했다. 차 안에 남은 찬 기운이 손끝에 붙는 듯했다.. 기흥호수공원 쪽에 닿으니 가로등만 물 위로 길게 늘어져 있네. 낚싯대 대신 작은 가방만 들고 천천히 걸었다.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물안개가 낮게 깔려 건너편 불빛도 흐릿했다. 걷다 말고 난간에 기대 한참 물만 봤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면이 조금씩 깨지네.. 해가 올라오기 전에 한 바퀴 갔다왓다.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니 새들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시동은 바로 걸지 않고 창문만 조금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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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하루
별일도 없는데 기분이 푹 내려앉았다. 참 이상하다. 괜찬다 싶다가도 조용해지면 다시 생각이 많아진다..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혼자 판정만 기다리는 기분이네. 괜히 지난 일까지 하나씩 꺼내 봤다. 그때 왜 그랬나 싶은 장면은 꼭 이런 날만 선명하다. 이미 끝난 일인데 머릿속에서는 아직도 순서가 안 끝났다.. 억울한 건 오래 남는다. 아 근데 따져 봐야 달라질 것도 없다. 누가 알아줄 일도 아니고, 굳이 설명할 마음도 없다. 잠깐 잊으면 그만인데 그 잠깐이 오늘은 잘 안 됫다.. 그냥 소리 없이 하루가 눌려 있었다. 불을 끄고도 한참 눈만 감고 있었다. 생각은 줄지 않고 같은 자리만 빙빙 돈다. 내일이면 좀 옅어질지, 그대로일지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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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새벽
알람보다 조금 먼저 눈이 떠졌다. 낚싯대 하나 챙겨 기흥호수공원 쪽으로 갔다왓다. 도착하니 물 위가 희뿌옇다.. 자리 펴고 한참 찌만 봤다. 툭 건드리는가 싶더니 다시 조용하네. 바람도 거의 없어서 물이 유리처럼 붙어 있었다. 해가 올라오자 산책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었다. 입질은 끝내 없었고 커피만 다 식었다.. 손잡이가 차갑네. 두 시간 채우기 전에 낚싯대를 접었다. 젖은 받침대는 대충 털어 차에 실었다.. 물안개도 그사이 거의 걷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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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까 말까
핸드폰 화면을 켤 때마다 반응이 반 박자 늦다. 못 쓸 정도는 아니다. 배터리도 예전보다 빨리 줄긴 하는데.. 충전하면 또 하루는 버틴다. 새 기종을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화면도 밝고 손에 잡히는 느낌도 괜찮아 보이네. 막상 가격을 보면 지금 것도 멀쩡한데 싶어서 창을 닫는다.. 저장 공간을 좀 비우니 전보다 나아지긴 했다. 괜히 바꾸려다 돈만 쓰는 건가.. 그래도 사진을 넘기다 한번씩 멈추면 슬슬 때가 됫나 싶다. 오늘도 결제 직전에서 그냥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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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와 찌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밖은 축축했고 바람은 거의 없었다.. 장비만 챙겨 집을 나서면 십 분쯤 뒤에는 물가에 닿는다. 찌를 세우고 한참 앉앗다. 물안개 때문에 건너편은 보이지도 않네. 입질은 없고 작은 물결만 줄을 건드렸다.. 괜히 두 번이나 미끼를 갈았다. 새벽 공기가 생각보다 서늘했다. 따뜻한 국물 생각이 났지만 움직이긴 싫었다.. 해가 조금 오르자 물안개가 얇아졌다. 찌는 끝까지 잠잠했고 가방 속 과자만 반쯤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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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물안개 걷히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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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국물
새벽 공기가 생각보다 매서웠다. 차를 빼려는데 유리에 서리가 붙어 한참 긁었다.. 손끝만 시렸다. 배는 별로 안 고팠는데 따뜻한 국물이 자꾸 생각났다. 참다가 작은 냄비에 물부터 올렸다. 끓는 소리가 나니 마음도 좀 느슨해지네.. 면은 조금만 넣으려다 한 줌 더 들어갔다. 간은 대충 맞췄는데 제법 먹을 만하게 됫다. 국물만 남겨 놓고 한동안 냄비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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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 먹통
전원 버튼을 눌렀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각도를 바꿔 가며 한참 눌렀다.. 괜히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려 봤지만 그대로다. 뒤쪽 덮개를 열어 건전지를 굴려 보니 한쪽이 헐겁네. 서랍을 뒤져 새것 두 개를 꺼냈다.. 방향을 한번 잘못 봐서 다시 갈아꼇다. 버튼을 누르자 바로 불이 들어온다. 별거 아니었다. 빼 둔 건전지는 버리려다 일단 한쪽에 놓아뒀다.. 조금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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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밑 고양이
길모퉁이 담장 밑에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렷다. 회색 등에 흰 줄이 하나 보였다. 가까이 가니 눈만 슬쩍 뜬다.. 발을 멈췄다. 도망갈 줄 알았는데 꼬리만 두어 번 바닥을 치네. 지나가는 새 그림자에도 귀가 먼저 돌아갔다.. 잠깐 눈이 마주쳤다. 무슨 볼일이냐는 얼굴이다.. 한 걸음 물러서니 다시 앞발 사이로 코를 묻네. 몇 걸음 가다 돌아봤는데 아직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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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새벽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져 장비만 챙겨 나왔다. 기흥호수공원 쪽 물가는 아직 불빛이 듬성듬성했다. 바람도 거의 없고 수면만 가끔 둥글게 번졌다.. 낚싯대를 펴고 한참 앉았는데 찌는 꼼짝도 안 한다. 작은 입질 하나 왔나 싶더니 줄에 풀만 걸렸네. 보온병 뚜껑을 열자 김이 올라왔다.. 뜨거워서 조금씩 마셨다. 동이 밝으니 산책하는 발소리가 하나둘 늘었다. 두 시간 채우고 그대로 접어 갔다왓다. 손에는 물비린내가 남고 바지는 이슬에 젖었다.. 차 안에 낚싯대만 길게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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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연락
한동안 소식 없던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이름을 보고도 잠깐 멈췄다.. 잘못 본 줄 알았다. 별일 있냐고 물었더니 그냥 생각났다고 했다. 예전 얘기를 몇 마디 주고받았다. 잊고 있던 일까지 하나씩 떠오르네. 그때는 대수롭지 않았는데 지금 들으니 좀 웃겼다.. 긴 말 없이 안부만 묻고 끊었다. 반가왓다. 괜히 마음 한구석이 묵직하기도 했다. 통화 기록은 지우지 않고 그대로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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